
강릉과 속초는 동해의 맑은 수면과 솔숲, 카페·미식·드라이브가 균형을 이루는 대표 해안 루트입니다. 한 도시만 골라도 좋지만, 하루 동선으로 엮어도 무리가 없습니다. 해변에서 리듬을 만들고, 카페에서 숨을 고르고, 드라이브로 풍경을 수집하는 실제형 코스를 정리했습니다.
해변: 정동진·안목·경포, 속초 외옹치·영금정까지 물빛 따라 걷기
강릉의 해변은 같은 바다라도 시간대에 따라 표정이 달라 ‘두 번 걷기’가 정답입니다. 정동진은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지만, 일출 직후 10분의 부드러운 빛이 얼굴과 수면 톤을 가장 예쁘게 살립니다. 파도선 가까이 지나갈 땐 체인형 방파석과 젖은 모래 경계를 피해 걷고, 사진은 24–35mm 광각으로 하늘 6, 바다 3, 모래 1 비율을 잡으면 안정적입니다. 안목해변은 커피거리와 바로 붙어 있어 ‘산책–커피–산책’ 루틴에 최적. 바람이 센 날엔 카페 줄을 뒤로 미루고 보드워크를 먼저 걷되, 모래 열기가 강한 여름 낮에는 데크 위 그늘 구간을 연결하세요. 경포해변은 호수와 바다가 나란히 있어 동선이 단조롭지 않습니다. 경포호 둘레길을 30–40분 걷고 해변으로 넘어오면, 파도 소리와 갈대·송림의 바람소리가 겹치며 피로가 빠르게 내려갑니다. 속초에선 외옹치 바다향기로 데크가 입문 코스입니다. 완만한 경사와 바다를 가르는 투명 난간이 시야를 막지 않아, 아이·어르신 동반도 무리 없습니다. 영금정 일대는 파도 부딪는 소리와 검은 바위 질감이 대비를 만들고, 노을엔 설악 방향으로 하늘이 붉게 물들어 사진에 깊이가 생깁니다. 해수욕 시즌에는 반려동물·텐트·취식 등 구역별 규정이 다르니 입구 표지판을 먼저 확인하고, 수영 금지 깃발·이안류 안내가 보이면 발목까지만 물을 즐기는 ‘안전 산책’으로 전환하세요. 준비물은 아주 단순합니다. 얇은 윈드브레이커, 선크림·립밤, 생수 500ml, 모래 제거 웨트티슈. 파도가 높거나 비 예보가 있으면 ‘젖은 모래–미끄러운 데크’에서 넘어짐이 잦으니, 슬리퍼보다 밑창 얕은 스니커즈가 더 안전합니다. 끝으로, 쓰레기·꽁초·비누 거품 놀이 등은 바다의 리듬을 해칩니다. 동해의 투명함은 우리가 지키는 몇 가지 습관에서 시작합니다.
카페: 바다 앞 창, 솔숲 그림자, 로스터리와 디저트의 균형
강릉·속초 카페의 미덕은 ‘자극 없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채광’입니다. 강릉 안목은 로스터리 밀도가 높아 오전 10–12시 방문이 쾌적합니다. 필터 커피는 라이트–미디엄 로스트 싱글을 선택하고, 바람이 센 날엔 아이스보다 따뜻한 브루로 체온을 유지하세요. 창가 직사광선 자리는 여름엔 금방 지칩니다. 반사광이 은은하게 도는 벽 쪽 좌석을 고르면 대화·독서·휴식의 집중도가 높고, 사진에서도 피부 톤이 자연스럽습니다. 디저트는 바다 풍경과 입맛이 싸우지 않게 ‘가벼운 달콤’이 좋습니다. 레몬 파운드·솔티드 캐러멜 쿠키·크림 적은 티라미수 정도면 커피의 산미와 기분 좋게 맞물립니다. 경포호·솔숲 라인의 베이커리는 버터 풍미가 강한 크루아상을 잘 만드니, 진한 라떼 대신 드립/아메리카노로 밸런스를 맞추세요. 속초는 영금정·청초호·설악대로를 잇는 카페 벨트가 탄탄합니다. 뷰가 좋은 곳은 대개 소음·회전율 이슈가 있으니 ‘해변 바로 앞 1곳, 한 블록 뒤 1곳’을 후보로 두고, 상황에 따라 조용한 두 번째 옵션으로 이동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해풍이 강한 날엔 테라스 좌석에서 컵이 쉽게 식습니다. 음료 온도는 미지근해지면 맛이 급격히 무뎌지므로 ‘작게 자주’ 주문하거나 머그보다 보온 텀블러를 지참하세요. 카페 매너도 여행의 품질을 결정합니다. 노트북·아이패드 작업은 전원 좌석에만, 통화는 실외에서 짧게, 사진은 타인의 얼굴을 피하는 구도로. 반려동물 동반은 케이지·리드줄·매트 필수이며, 모래·털 정리는 퇴장 전 다시 확인합니다. 기념품으로는 드립백·원두 200g·병 콜드브루가 이동·보관이 쉬워 추천이고, 강릉의 초당두부·유자, 속초의 명태·오징어를 활용한 지역 시럽·잼류는 냉장 보관 여건을 확인하세요. 카페는 다음 동선을 위한 ‘숨 고르기’입니다. 오래 걷기보다 오래 머무는 기술을 배우면, 일정 전체가 부드러워집니다.
드라이브: 헌화로·주문진·사천진, 속초–양양 해안도로의 S커브
동해 드라이브는 “바다를 오른쪽 창으로 두고 천천히”가 정답입니다. 강릉에선 사천진–금진–정동진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대표적입니다. 파도선이 가까운 낮은 해안길과 송림 사이를 번갈아 달리며, 갓길 불법 정차를 피하고 전망 주차장·포토존 표지에만 정차하세요. 주문진 방파제는 바람길이 트여 횡풍이 강할 수 있으니 속도를 낮추고, 주차 후엔 방파제 상단 난간 안쪽 보행로만 이용합니다. 헌화로는 바다와 철길·절벽이 나란히 달려 프레임이 풍성합니다. 오후 역광 시간대엔 물결·바위 윤곽이 선명해져 사진 결과가 좋습니다. 속초–양양 라인은 낙산–하조대–물치로 이어지는 S커브가 부드럽습니다. 차창을 살짝 열어 파도 소리와 기름 냄새 없는 솔향을 함께 들으면 졸음이 밀립니다. 단, 여름 성수기엔 보행자·자전거와 공유하는 생활도로 구간이 많으니, 횡단 예고 표지판이 보이면 미리 브레이크를 밟아 ‘양보–아이컨택–출발’ 3단계를 지키세요. 노을 타임에는 영금정–청초호–엑스포타워 주변을 원형으로 돌며 주차–산책–촬영을 반복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야간엔 가로등이 듬성한 구간이 있어 상향등 전환을 적극 사용하고, 비 소식이 있으면 노면 반사가 커져 제동거리도 늘어납니다. 타이어 공기압·와이퍼·워셔액을 간단히 점검하고 출발하세요. 휴식은 60–90분마다 10분, 커피 대신 미지근한 물·티로 체온을 안정화하면 운전 집중력이 오래갑니다. 로컬 미식은 강릉 사천·주문진의 생선구이 백반, 속초 중앙시장·수산동의 물회·오징어순대가 무난하고, 과식은 피하세요. 네비게이션은 고속–해안–도심을 섞지 말고 ‘해안고정+도심 짧게 진입’이 동선 피로를 가장 적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드론·차박·음악 볼륨은 현장 규정을 따르되, 바다의 소리를 ‘가장 큰 음악’으로 남겨 두세요. 그 침묵이 여정의 하이라이트가 됩니다.
강릉·속초는 해변의 리듬, 카페의 여백, 드라이브의 곡선으로 완성됩니다. 장소를 늘리기보다 같은 해변을 두 번 걷고, 카페에서 오래 쉬고, 해안도로를 천천히 달려 보세요. 이번 주말, 동해의 투명함을 시간대별로 수집해 당신만의 파란 하루를 완성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