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의 순백이 가장 선명하게 빛나는 계절, 눈꽃이 활짝 피는 평창·정선·설악산은 한국의 겨울을 대표하는 여행지입니다. 스키와 온천, 비경 트레킹, 레일바이크와 전통시장까지, 액티비티와 휴식이 조화된 코스를 제안합니다. 날씨와 접근성, 체류형 동선을 고려해 사진 포인트와 안전 팁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평창 눈꽃 스키&힐링 코스
평창은 겨울 스포츠의 본고장답게 눈 컨디션과 시설, 숙박 인프라가 뛰어난 곳입니다. 대관령 고지대 특유의 낮은 기온 덕분에 설질이 오래 유지되어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모두 만족할 만한 슬로프 선택지가 넉넉합니다. 알펜시아와 용평은 코스 난이도가 다양하고, 곤돌라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설원 뷰가 압권입니다. 아침 이른 시간엔 갓 다져진 사면에서 부드럽고 일정한 카빙을 즐길 수 있고, 오후에는 스키 하우스에서 핫초코 한 잔과 함께 체력을 회복하는 리듬으로 일정을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스포츠 여행자라면 대관령 양떼목장의 설경 산책로가 제격입니다. 흰 숨을 뿜는 양들과 눈에 파묻힌 구릉 지형, 바람개비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사진 촬영 포인트가 연속으로 등장합니다. 오대산 상원사 방향의 숲길은 제설 후에도 비교적 걷기 좋아 아이젠만 챙기면 고요한 설국의 호흡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할 땐 온천이나 힐링 스파를 권합니다. 스키로 지친 하체를 따뜻하게 풀어 주면 다음 날 일정의 피로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식사 코스는 황태구이 정식과 메밀요리를 추천합니다. 차가운 공기 속 고소한 메밀전병과 따끈한 황태국은 겨울철 체온을 회복시키는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자차 이동 시 대관령 고갯길은 상고대가 피는 이른 아침이 특히 아름답지만, 노면 결빙이 잦아 윈터타이어와 체인을 준비해야 합니다. 대중교통 이용자는 진부역을 베이스로 셔틀·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동선 효율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평창 겨울 여행의 핵심은 달리기와 멈춤의 균형입니다. 설원을 누빈 뒤에는 따뜻한 실내에서 호흡을 고르고, 다시 바깥으로 나가 눈의 질감과 빛의 변화를 천천히 수집하는 시간 배분이 여행의 만족도를 결정합니다.
정선 비경 트레킹&레일바이크
정선은 겨울이면 산세 사이로 하얀 입김이 피어오르고, 소백산맥 자락 골짜기에 눈이 차곡차곡 쌓이며 파노라마 같은 풍경을 빚어냅니다. 가장 먼저 추천할 코스는 정암사와 촛대바위 인근의 너덜길 구간입니다. 밤사이 내린 눈이 바위를 얇게 감싸면, 햇빛이 들어오는 오전 시간대에 눈 결정이 반짝이며 촬영하기 좋습니다. 트레킹 초보라면 하이원 하늘길이나 마천루 데크길처럼 정비된 산책로를 이용해도 충분히 겨울 산의 숨결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설경을 더욱 입체적으로 즐기는 방법으로 레일바이크를 빼놓을 수 없는데, 아우라지역과 구절리역을 잇는 구간은 강과 철길, 설원을 동시에 스케치하듯 지나갑니다. 특히 다리 위를 건널 때 내려다보이는 얼어붙은 물빛과 강 안개는 겨울 정선만의 초현실적 장면을 선사합니다. 눈길 주행이 어렵다면 병방치 스카이워크를 추천합니다. 유리 바닥 아래로 펼쳐진 계곡과 적설의 레이어가 어우러져 어지럽도록 탁 트인 개방감을 줍니다. 아이동반 가족 여행자는 화암동굴을 방문해 실내 동굴 탐험로를 이용하면 날씨 영향을 줄이면서도 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대조되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시장 투어도 정선의 겨울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정선 5일장에서는 곤드레나물밥과 콧등치기국수가 대표 메뉴로, 따끈한 사골 육수와 메밀 반죽의 투박한 식감이 몸을 금세 데워 줍니다. 숙소는 스키 리조트형과 한적한 펜션형을 적절히 섞을 수 있는데, 눈 오는 날에는 리조트 내부 편의시설을 활용해 실내 활동 비중을 늘리고, 맑은 날엔 트레킹과 레일바이크로 바깥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안전을 위해서는 아이젠, 방수 게이터, 보온 플라스크를 기본으로 준비하세요. 정선의 매력은 화려함보다 깊이, 속도보다 호흡에 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골짜기마다 다른 겨울의 소리를 듣고, 저녁엔 따뜻한 국물 한 숟갈로 하루를 정리하면 그 자체로 완벽한 설경 여행이 됩니다.
설악산 상고대&설경 트레일
설악산은 겨울 산행의 정수로 꼽힙니다. 낮은 기온과 습도가 맞아떨어지는 새벽이면 나뭇가지마다 상고대가 피어나, 흑백사진 같은 풍경이 산 전체를 덮습니다. 대표 코스는 권금성·울산바위 라인과 비선대·천불동 계곡 라인입니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권금성까지 올라가면 비교적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 고도감 있는 설경을 빠르게 만날 수 있습니다. 산 아래 비선대에서 시작해 천불동 계곡을 따라 오르면, 얼어붙은 폭포와 빙벽, 바위 틈새로 흐르는 미세한 수증기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극적인 장면이 연속됩니다. 상고대가 잘 드러나는 시간대는 대체로 이른 아침이므로 헤드랜턴과 방풍 레이어링, 손난로를 챙겨 체온 유지를 최우선으로 계획하세요. 초보자는 미끄럼이 잦은 구간을 피하고, 교량·데크 위에서만 촬영하는 원칙을 세우면 안전합니다. 날씨가 급변할 땐 공원 안내소의 통제 정보와 아이젠·스패츠 필수 착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사진 애호가라면 울산바위 일출과 토왕성폭포 상단부의 겨울 빛을 노려볼 만합니다. 해가 걸리는 각도에 따라 산등성이에 길게 생기는 그림자가 설경의 입체감을 키워 줍니다. 하산 후에는 속초 중앙시장으로 이동해 오징어튀김, 회국수, 뜨끈한 어묵국물을 즐기며 체온을 회복하세요. 숙박은 설악동 입구의 온천형 숙소가 효율적입니다. 하루 산행 뒤 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피로 물질이 빠르게 풀려 다음 날 동선에 여유가 생깁니다. 자차 운행 시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결빙 구간에서 제동 거리가 길어지므로, 감속 운전과 타이어 공기압 점검을 습관화하세요. 설악산 겨울의 본질은 ‘침묵의 풍경’입니다. 바람이 나뭇가지에 맺힌 눈을 털어내며 내는 미세한 소리, 발밑에서 사각거리는 설질의 촉감, 그리고 시야 가득 차오르는 흑백의 명암이 하루 내내 마음의 온도를 바꿔 놓습니다.
평창에서는 스포츠와 힐링, 정선에서는 비경과 로컬, 설악산에서는 상고대와 장엄함이 겨울의 스펙트럼을 완성합니다. 장비와 안전 수칙을 챙기고, 달리기와 머무름의 리듬을 조절해 보세요. 이번 겨울, 가장 가까운 설국에서 한 장의 사진보다 오래가는 기억을 남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