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 드라이브는 ‘경치·휴식·동선’의 균형이 핵심입니다. 제주·남해·경주는 바다와 초원, 역사도시의 서로 다른 풍경을 한 번에 품은 노선이 잘 갖춰져 있어 초보 운전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안전·포인트·먹거리까지 한 번에 정리했습니다.
제주: 서쪽 바다와 오름, 노을을 잇는 바다 링로드
제주 드라이브의 본질은 “속도보다 리듬”입니다. 추천 동선은 이호테우 해변에서 출발해 애월–한담–협재–차귀도–수월봉–용머리해안으로 이어지는 서쪽 링로드입니다. 오전엔 바람이 잔잔한 시간대라 이호 붉은 등대 앞에서 짧은 산책으로 몸을 푼 뒤, 애월 바다를 옆에 두고 한담해변 데크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차로 이동하면 15분, 도보로는 30분 내외가 적당해 운전과 보행의 박자를 자연스럽게 섞을 수 있습니다. 협재–금능 구간은 물색이 유독 맑아 차량을 갓길 지정 주차면(표지판)으로 옮기고 파도선과 비양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좋습니다. 점심은 애월 혹은 금능 인근에서 소박한 로컬 메뉴(고등어구이 정식, 성게미역국, 흑돼지 수육)로 속을 덥힌 뒤, 오후에는 오름으로 방향을 틉니다. 새별오름은 주차장이 넓고 오르는 시간이 20~40분으로 부담이 적어 초보자에게 이상적입니다. 오름 정상에서 보는 수평선과 구름 그림자의 이동은 날씨가 바뀌어도 감도 높은 풍경을 보장합니다. 이어 차귀도 해안도로–수월봉으로 넘어가면 현무암 절벽 아래로 부서지는 파도, 멀리 뜨는 낚싯배, 굽이치는 길이 교차합니다. 노을 타임에는 용머리해안·사계해변 구간이 훌륭한 엔딩입니다. 산방산의 실루엣과 주황빛 하늘이 겹치면서 차창 프레임만으로도 엽서 같은 구도가 나옵니다. 안전 포인트로는 바람이 센 날의 횡풍, 갑작스런 스콜, 갓길 불법 주정차 단속을 기억하세요. 제주 국도·지방도는 회차 지점이 제한돼 무리한 U턴을 하면 위험합니다. 지정 회차로까지 여유 있게 이동하고, 내비의 제한속도 경고를 켜두면 피로가 크게 줄어듭니다. 커피 브레이크는 애월·한담 라인의 로스터리 혹은 협재의 오션뷰 카페가 적합하고, 디저트는 감귤 파운드·녹차 롤이 바닷바람과 잘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주 드라이브의 키는 일정의 ‘빈칸’입니다. 스폿 간 이동을 타이트하게 잡지 말고 여유 시간 20~30분을 끼워 넣어 바람과 빛을 충분히 수집해 보세요. 그 빈칸이 여행의 밀도를 결정합니다.
남해: 굽이치는 해안선과 언덕 마을, 유려한 S-커브 로드
남해 드라이브는 “곡선의 미학”입니다.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며 다도해의 시야가 활짝 열리고, 독일마을–원예예술촌–물건방조어부림–상주은모래비치–가천 다랭이마을로 이어지는 루트는 남해의 대표적 S-커브를 촘촘히 담아냅니다. 오전엔 독일마을 언덕길에서 파스텔 지붕과 남해 앞바다가 만들어내는 색의 대비를 즐기고, 원예예술촌의 정원 산책으로 운전 전 어깨를 풀어 줍니다. 이후 물건방조어부림으로 이동하면 바람길을 막아 주는 해안 숲 사이로 드라이브가 이어지는데, 창문을 조금 내려 솔솔 들어오는 짠내와 나무 냄새가 졸음을 밀어냅니다. 상주은모래비치는 반달형 백사장이 길게 펼쳐져 주차–산책–카페가 한 번에 가능한 구간입니다. 점심은 멸치쌈밥·생선구이 백반처럼 산뜻한 메뉴로 리듬을 유지하고, 오후엔 가천 다랭이마을 전망대로 향해 광각 렌즈처럼 펼쳐진 계단식 논과 바다의 평면적 대비를 감상하세요. 드라이빙 스킬 면에서 남해의 특성은 “짧은 오르막–내리막–급커브”의 반복입니다. 엔진 브레이크 활용과 브레이크 페이드 방지를 위해 긴 다운힐에서 저단 기어를 적극 사용하고, 해변 마을 진입 시 보행자·자전거와 공유하는 ‘생활 도로’ 구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쉼 포인트로는 상주–두모–미조 라인의 작은 포구 카페를 추천합니다. 갓 볶은 원두 향과 바다 소리가 섞이는 테라스는 남해 드라이브의 피로를 가장 잘 풀어 줍니다. 해 질 녘엔 여차·홍포 전망 도로가 클라이맥스입니다. 섬과 등대가 겹치는 역광의 레이어, 파도선 위로 깔리는 금빛을 차창 속 작은 화면으로 계속 담아 보세요. 야간 운전은 가로등이 드문 구간이 많아 헤드라이트 하향·상향 전환을 적극 활용하고, 동물 출현 경고 표지판 구간에서 속도를 낮추는 것이 안전합니다. 남해의 드라이브는 장식이 필요 없습니다. 곡선을 따라 천천히, 그리고 오래 달리면 풍경이 먼저 다가옵니다.
경주: 고분과 호수, 숲길을 잇는 클래식 로드
경주 드라이브는 “역사와 풍경을 포개는 일”입니다. 추천 동선은 보문호–동궁과 월지–대릉원–황리단길–월정교–교촌마을, 그리고 오후에는 토함산–불국사–오류고아라해변(포항 방면 연계)로 이어집니다. 아침에는 보문호수 순환도로를 천천히 돌며 호수·산·호텔 스카이라인이 만드는 부드러운 곡선을 감상하고, 호수변 카페에서 라이트 브런치로 여유를 채우세요.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 주변은 한낮에도 고요한 수면과 전각의 반사가 아름다워 짧은 정차 후 산책하기 좋습니다. 대릉원·황남동 일대는 차보다 발이 더 효율적인 구역이므로 주변 공영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고분군 사이 잔디길을 걸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황리단길에서 로컬 베이커리·티하우스 한 곳을 골라 당 충전을 하고, 월정교로 이동해 목교의 곡선과 남천 수면이 만드는 클래식한 풍경을 사진에 남겨 보세요. 오후에는 토함산 도로를 타고 불국사로 향합니다. 오르막이 지속되는 구간이지만 노면이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 운전자도 부담이 적습니다. 불국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경내를 걸으면 단정한 석탑과 단청, 숲의 냄새가 섞여 마음이 맑아집니다. 시간이 남는다면 포항 방향으로 20~30분 더 내려가 오류고아라해변까지 연결하면, 고도(古都)와 바다가 한 프레임 안에서 이어지는 이색적인 엔딩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경주 도심은 회차 금지·일방통행 구간이 많으므로 내비의 차로 안내를 켜고, 주말·성수기에는 보문 관광단지·대릉원 주변 혼잡 시간을 피해 오전·석양 시간대로 분산하세요. 미식은 쌈밥·황남밀면·한우 숯불구이가 무난하고, 디저트로는 전통차와 약과·경주빵을 추천합니다. 경주의 드라이브는 역사를 스쳐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짧게 내려 걷고 올려다보는 동작을 반복해 ‘시간의 질감’을 차곡차곡 수집하는 일입니다. 그 리듬이 경주를 가장 경주답게 만듭니다.
제주는 링로드의 리듬, 남해는 곡선의 미학, 경주는 역사와 풍경의 겹침이 핵심입니다. 스폿을 늘리기보다 정차 시간을 늘리고, 바람과 빛이 바뀌는 순간을 기다려 보세요. 지도에 빈칸을 남길수록 드라이브는 더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