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와 군산은 불과 한 시간 남짓한 거리 안에 ‘조선의 결’과 ‘근대의 질감’이 공존하는 도시 쌍입니다. 낮에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골목의 결을 읽고, 오후엔 군산 근대거리를 걸으며 시간의 켜를 수집한 뒤, 저녁엔 로컬 맛집으로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3막 루틴을 제안합니다. 이동·주차·매너·사진 팁까지 실전에 유효한 내용만 추렸습니다.
한옥: 전주 한옥마을·오목대·전동성당, 기와선과 그림자를 읽는 산책법
전주 한옥마을은 ‘속도를 낮춰 선을 읽는’ 방식이 정답입니다. 경기전–전동성당–태조로–오목대를 잇는 기본 축을 먼저 그리되, 지도에 점을 과하게 찍지 말고 ‘한 시간에 한 축’만 완주하세요. 경기전 들머리에선 전각 앞 소나무와 기와선이 만드는 수평·수직의 리듬을 먼저 관찰합니다. 사진은 광각을 남용하지 말고 35–50mm 표준 화각으로 처마의 곡선을 살리면 왜곡이 줄고, 인물은 배경 2/3·사람 1/3 비율로 담아 공간감이 살아납니다. 전동성당은 로마네스크·비잔틴 양식의 아치와 한옥 지붕선이 맞부딪히는 지점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같은 자리에서도 오전 순광·오후 역광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므로 노출을 하늘 기준으로 고정(AE/AF Lock)해 하이라이트를 보호하세요. 오목대는 해 질 녘이 백미입니다. 한옥 지붕이 켜켜이 포개지며 노을빛을 머금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사람·차량이 줄어 고요를 누리기 좋습니다. 한옥마을 보행 매너는 단순합니다. 생활 골목이므로 담벼락·대문 앞 점유 금지, 스피커 사용 금지, 쓰레기는 밀봉 회수. 대여 한복은 장식이 크면 동선이 느려지니 가벼운 소재가 산책에 유리하고, 신발은 밑창 얕은 스니커즈가 코블스톤·경사 구간에서 안정적입니다. 카페는 통창 앞 직사광선 자리보다 반사광이 도는 벽 쪽 좌석이 체온·집중에 유리하며, 오후 피로는 허브티·식혜로 낮추는 편이 저녁 동선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어르신 동행이라면 20–30분 걷고 5분 앉는 ‘짧은 리듬’을 반복하세요. 마지막 팁: 처마 그림자 각도는 10분 단위로 달라집니다. 같은 골목도 시간을 두 번 나눠 보면 완전히 다른 표정을 보여 줍니다. 한옥마을의 본질은 ‘빨리 찍는 곳’이 아니라 ‘천천히 듣는 곳’입니다.
근대: 군산 근대거리·신흥동 일본식가옥·개정면 성당, 시간의 켜를 겹치는 방법
군산은 바람, 벽돌, 유리가 만든 근대의 도시입니다. 근대미술관·구 조선은행·근대건축관이 모인 은파로~해망로 축을 기본으로 잡고, 골목 내부에선 ‘좌측 벽돌–우측 유리–중앙 보행로’ 삼단 구도를 의식하며 걸어 보세요. 붉은 벽돌은 비 온 뒤 포화색이 오르고, 젖은 보도는 리플렉션을 만들어 사진이 깊어집니다. 신흥동 일본식가옥(히로쓰 가옥)은 목재·쇼지문·정원석이 층을 이루어 디테일 관찰에 좋습니다. 실내·데크는 통행 공간이므로 삼각대 점유 금지, 문틀·기둥에 기댄 촬영은 피하고, 문고리·장식의 직접 접촉을 자제합니다. 구 조선은행은 대리석 기둥과 금고 문이 핵심 소재인데, 35–50mm로 왜곡을 줄이고 수직선을 맞추면 건물의 힘이 살아납니다. 해망동 빈집·벽화 구간은 주민 생활공간입니다. 사유지 진입 금지, 촬영 전 한마디 양해, 상점 앞 통로 점유 금지가 기본 매너입니다. 개정면 성당·이영춘 가옥 라인은 군산 외곽의 숨은 백미로, 도로 폭이 좁아 주차는 공영·후선 주차장만 이용하고 도보로 접근하세요. 풍경 수집 팁을 하나 더 보태면, 근대거리의 ‘시간’은 오후 늦게부터 블루아워 전까지 가장 농도가 짙습니다. 네온과 가로등이 켜지고, 유리 쇼윈도에 글자와 실루엣이 겹치며 거리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만들어집니다. 노을 타임엔 ISO 800–1600, 1/60–1/125, F2.8–4로 인물+배경을 확보한 다음, 셔터만 1/4–1초로 늘려 헤드라이트 트레일을 수집하면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반려동물 동반 시 리드줄 1.5m 내, 카페·전시장 입실 규정을 확인하고, 물·배변용품·매트는 필수. 마지막으로, 근대의 질감을 늘리는 건 ‘덜 움직이고 더 바라보기’입니다. 같은 코너를 다섯 걸음만 오가도 프레임이 달라집니다.
맛집: 비빔밥·막걸리 한상·빵·모주, 군산 짬뽕·빵·생선구이까지 가볍고 따뜻하게
전주는 ‘밥과 술의 도시’, 군산은 ‘바람과 빵의 도시’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전주에선 비빔밥·콩나물국밥·막걸리 한상이 클래식입니다. 비빔밥은 고명 많은 집일수록 간이 세기 쉬우니 ‘반밥·반고명’으로 담아 달라 요청하면 조화가 좋아지고, 참기름은 반 숟갈만 돌려 고명의 식감·향을 살려 보세요. 막걸리 한상은 부침·전골·무침이 한 번에 나오지만 과식·졸림을 유발하니 ‘대표1+보조1’만 주문해 리듬을 지키세요. 카페·디저트는 초코파이·수제 전병·약과·한과를 공유 디저트로 2~3개만 나눠 먹고, 모주·유자차·대추차로 입천장을 리셋하면 다음 동선의 맛이 또렷해집니다. 군산은 짬뽕·빵·생선구이가 3축입니다. 짬뽕은 해물 풍미가 센 곳은 염도가 높아 갈증을 유발하기 쉬우니 국물은 ‘반 이하’만, 건더기를 중심으로 맛보는 편이 오후 컨디션에 유리합니다. 군산 빵은 줄이 긴 명가가 많습니다. ‘대표 1 + 신상 1’만 고르고, 나머지는 근대거리 한 블록 뒤의 작은 베이커리에서 대기 스트레스를 줄이세요. 해질녘엔 선유도·비응항·내항 인근의 생선구이·탕으로 ‘따뜻하고 소박한’ 저녁을 권합니다. 소금구이는 지방 산패를 덜 느끼게 하고, 맑은탕은 바닷바람 맞은 속을 안정시킵니다. 운전 계획이 있다면 알코올은 배제, 카페인은 17시 이후 디카페인·허브티로 전환해 수면·탈수를 관리하세요. 시장·포장 팁: 테이크아웃은 밀폐용기·보냉팩 지참, 현금 소액·지역화폐로 결제 대기 시간 단축, 시식 꼬치 재사용 금지·손 소독 후 섭취가 기본 매너입니다. 알레르기(갑각류·견과·우유)는 선확인, 반려동물 동반 식당은 테라스 좌석·펫존 여부를 미리 확인하세요. 마지막으로, 맛집은 하루의 ‘중간 쉼표’입니다. 과한 계획 대신 ‘점심 1·간식 1·저녁 1’의 삼박자만 지켜도 여행의 리듬이 고르게 유지됩니다.
전주에선 한옥의 선과 그림자를, 군산에선 근대의 벽돌과 유리를, 식탁에선 따뜻하고 가벼운 한 끼를 수집하세요. 스폿을 늘리기보다 같은 길을 두 번 걷고, 한 끼를 단정히 먹는 전략이 기억의 밀도를 높입니다. 이번 주말, “한옥마을→근대거리→항구 저녁” 3막 루틴으로 전주·군산을 깊게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