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여행이라고 하면 바다와 해변을 먼저 떠올리지만, 섬의 진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바로 중산간 지역입니다. 바다와 한라산 사이 높이에 자리한 중산간에는 한적한 오름, 목장, 로컬맛집들이 모여 있어 제주 일상의 숨결을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오름, 목장, 로컬맛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주 중산간 여행 코스를 소개하며, 하루 정도 여유를 내 이 지역을 깊이 있게 즐기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제주 중산간 오름에서 즐기는 트래킹
제주 중산간 여행의 첫 번째 포인트는 단연 오름입니다. 해발이 아주 높지 않으면서도 주변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오름들은 초보자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는 트래킹 코스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새별오름은 완만한 능선과 넓게 펼쳐진 초원 덕분에 사계절 내내 인기가 높습니다. 초록이 짙은 여름에는 드넓은 목장과 파란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가을에는 억새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사진만 찍어도 엽서 같은 풍경이 완성됩니다. 정비된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중산간 도로와 멀리 바다까지 이어지는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짧은 시간 투자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오름으로 꼽힙니다.
용눈이오름과 다랑쉬오름처럼 동부 중산간에 위치한 오름들도 인기입니다. 용눈이오름은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지는 형태라 어느 방향에서 사진을 찍어도 실루엣이 예쁘게 나오는 곳입니다.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바람 소리와 풀 내음, 멀리 보이는 바다 풍경이 어우러져 자연 속에 온전히 스며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랑쉬오름은 비교적 경사가 있는 편이지만,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평야와 오름들, 마을 풍경이 압도적이라 조금 힘들게 오른 보람이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중산간 오름 트래킹을 계획할 때는 계절과 시간대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여름에는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을 택해 햇빛을 피하는 것이 좋고, 가을·겨울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 수 있으니 바람막이와 모자를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오름 대부분은 입장료가 없거나 매우 저렴해 가성비 높은 코스로 손꼽히지만,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에 성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대나 평일 방문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탐방로 밖으로 나가지 않고,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기본 매너를 지키는 것입니다. 오름은 제주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인 만큼, 다음 여행자를 위해 지금의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목장 체험으로 느끼는 제주 중산간 감성
중산간의 또 다른 얼굴은 넓게 펼쳐진 목장입니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초원과 방목된 소·말, 바람에 흔들리는 풀밭은 바다 풍경과는 또 다른 힐링을 선사합니다.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과 목장 펜스, 바람개비나 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진 풍경을 쉽게 마주치게 되는데, 이 자체가 이미 훌륭한 여행 코스가 됩니다. 일부 목장은 내부 관람이 가능한 산책로를 개방하거나, 승마 체험·건초 주기·젖소 우유 짜기 체험 등을 운영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자에게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애월·한림 중산간 일대 목장들은 넓게 펼쳐진 초원 위로 한라산이 배경처럼 자리 잡고 있어,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제주의 중산간 감성이 그대로 담깁니다. 말이 천천히 걷거나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 같으며, 날씨가 맑은 날에는 하늘의 파란색과 초원의 초록색이 극대화되어 색감 좋은 사진을 남기기 좋습니다. 성이시돌 목장처럼 산책로와 전망대, 카페가 함께 조성된 곳의 경우 입장료 부담 없이 걷기와 사진, 휴식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중산간 여행의 거점으로 삼기 좋습니다.
목장 방문 시에는 반드시 안내문과 통행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목 중인 가축에게 무작정 다가가거나,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가는 행동은 안전과 위생, 동물 복지 측면에서 모두 좋지 않습니다. 허용된 구역에서만 사진을 찍고, 지정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동물을 만나는 것이 바람직한 이용 방법입니다. 또, 목장 내·외부에 있는 카페나 로컬 상점을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중산간 목장을 한두 곳만 잘 골라도, 바다 중심 일정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제주 시골 풍경 속을 걷는 기분”을 배로 깊게 느낄 수 있습니다.
로컬맛집으로 완성하는 중산간 여행코스
오름과 목장을 둘러봤다면, 이제 남은 것은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로컬맛집입니다. 중산간에는 해변가처럼 유명세를 타지 않은 식당들이 많지만, 오히려 그런 곳에서 더 진한 제주 일상 음식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몸국, 고기국수, 멜조림, 두루치기, 돔베고기, 농사지은 채소를 넉넉히 넣은 찌개류 등이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식당일수록 간판이 화려하지 않고, 메뉴 수도 단출한 편이지만 한 끼를 먹고 나면 “괜히 잘 알려진 곳만 찾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중산간 로컬맛집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름이나 목장 인근 마을을 중심으로 검색하거나, 숙소에서 추천을 받는 것입니다. 관광지 바로 앞에 있는 식당보다 마을 안쪽, 중산간 도로를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가격대가 더 합리적이고 반찬이 풍성한 식당을 발견할 확률이 높습니다. 아침에는 고기국수나 해장국으로 든든하게 시작하고, 점심에는 몸국이나 돔베고기, 저녁에는 국물 있는 찌개와 함께하는 한식 위주로 구성을 짜면 하루 종일 오름과 목장을 돌아다녀도 에너지가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카페 역시 해안도로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산간에는 산과 목장을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카페들이 점점 늘고 있어, 바다 대신 초원과 숲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즐기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실내 인테리어가 화려하지 않아도 큰 창과 나무 가구, 잔잔한 음악만으로 충분히 중산간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로컬 카페는 붐비는 해안 카페보다 한결 조용해, 여행 중 일정을 잠시 멈추고 다음 동선을 정리하거나, 사진을 정리하며 쉬어 가기에 좋습니다. 중산간 코스를 짤 때는 오름–목장–로컬맛집·카페 순으로 동선을 설계하면 이동 시간을 줄이면서도 자연과 음식, 휴식을 균형 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제주 중산간은 오름과 목장, 로컬맛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으로, 바다 중심 여행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한 번쯤은 해변 대신 중산간 도로를 따라 올라가, 오름에서 제주 지형을 내려다보고, 목장에서 초원을 거닐며, 마을 식당에서 따뜻한 한 끼를 먹어보는 코스를 넣어 보세요. 지도에 중산간 오름과 목장, 가고 싶은 로컬맛집을 각각 한두 곳씩만 표시해 두고 하루를 비워 둘 가치가 충분한 여행지입니다. 다음 제주 여행에서는 바다와 함께, 혹은 바다보다 먼저 중산간으로 향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