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섬여행은 ‘바다의 리듬에 맞춰 천천히 머무는 휴식’이 핵심입니다. 거제·통영·울릉은 각기 다른 색의 바다, 지형, 미식이 어우러져 초보 여행자부터 섬 마니아까지 만족시키는 목적지입니다. 접근성, 뷰 포인트, 걷기 좋은 길, 로컬 먹거리까지 균형 있게 담은 실제형 코스를 소개합니다.
거제: 다리로 이어진 섬의 스펙트럼, 뷰 드라이브와 트래킹
거제는 본섬과 크고 작은 부속섬이 다리로 촘촘히 연결되어 ‘섬의 고립’보다 ‘섬의 확장’을 체감하게 만드는 독특한 여행지입니다. 바람의언덕·신선대 라인은 파도가 깎아 만든 절벽과 너른 초원이 맞닿아 황홀한 수평선을 보여 주며, 구름이 낮게 걸린 날에는 물빛이 층층이 변화해 같은 장소에서도 다른 감도가 나옵니다.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섬·등대·군도(群島)가 겹겹이 떨어져 보이는 파노라마로 유명한데, 늦은 오후 역광이 들어오는 시간대를 노리면 산의 윤곽과 바다의 그라데이션이 극적으로 살아납니다. 학동몽돌해변은 자갈 파도소리가 배경음이 되어 산책만으로도 마음이 정돈되고, 물빛이 맑은 날엔 스노클링 포인트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가볍게 걸을 코스를 찾는다면 지심도·내도 산책을 추천합니다. 선착장에서 시작되는 해안데크는 경사가 완만하고,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작은 숲과 갯바위를 끼고 걷는 맛이 좋아 ‘초보 섬트레킹’ 코스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드라이브는 거가대교–장목–와현–학동–남부–여차·홍포로 이어지는 원형 루트가 효율적이며, 중간중간 전망대를 끼워 넣어도 동선 피로가 크지 않습니다. 미식은 해산물이 주인공입니다. 도다리쑥국의 담백함, 멍게비빔밥의 바다향, 장어구이의 은은한 감칠맛은 거제 바다의 염도와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숙소는 오션뷰 펜션이나 소규모 호텔을 추천하며, 창이 큰 객실에서 해 뜨고 지는 시간을 온전히 바라보는 루틴만으로도 ‘섬에서 쉬고 있다’는 감각이 꽉 채워집니다. 비 예보가 있다면 실내 전시나 카페 스폿을 섞어 기상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일정을 만들어 보세요. 거제의 핵심은 ‘달리기와 멈춤의 호흡’입니다. 뷰 포인트에서는 과감히 시간을 길게 쓰고, 그 외 구간은 가볍게 스쳐 흐르는 리듬이 섬의 얼굴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통영: 섬과 항구의 리듬, 섬-섬 점프와 미식의 결
통영은 ‘섬들의 관문’이자 그 자체로 완결된 섬도시입니다. 중앙시장과 활어시장의 활기가 하루의 시작을 끌어올리고, 통영항에서 출발하는 연안 여객선을 타면 비진도·연대도·한산도 등 표정이 다른 섬을 짧게나마 맛볼 수 있습니다. 비진도 외항–내항을 잇는 해안 트레일은 푸른 수면과 흰 포말, 섬의 초록이 겹치는 단순한 색 조합이 주는 쾌감이 크며, 중간중간 바위 전망대에 앉아 바람을 맞다 보면 시간이 느리게 늘어납니다. 한산도에서는 역사 유적과 잔잔한 포구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걷기+역사’ 테마로 훌륭합니다. 본섬에서는 동피랑·서피랑 언덕길을 추천합니다. 골목마다 벽화와 오래된 집들의 질감이 살아 있고, 언덕 끝 뷰 포인트에서 내려다보는 항구의 움직임은 통영의 리듬을 압축해서 보여 줍니다. 미식은 말 그대로 ‘바다의 현재형’을 먹는 경험입니다. 아침엔 생선구이 백반으로 속을 데우고, 점심에는 충무김밥으로 간결하게 리듬을 유지한 뒤, 저녁엔 굴·전복·멍게·성게 등 계절 해산물을 테마로 한 코스로 하루를 마무리해 보세요. 디저트는 유자·소금·시트러스 계열이 잘 어울립니다. 유자타르트와 소금 캐러멜 푸딩은 해풍과 의외로 좋은 궁합을 보여 주며, 커피는 산미가 깔끔한 블렌드를 고르면 바다 내음과 충돌하지 않습니다. 섬 점프 일정의 요령은 ‘떠나기 전 미리 돌아오는 배 시간 확보’입니다. 섬에서의 여유를 지키려면 막배에 쫓기지 않는 여유 배정이 필수고, 바람 센 날엔 초단위 촬영보다 안전한 보행이 우선입니다. 통영의 본질은 ‘항의 호흡’입니다. 바다와 항구, 골목이 번갈아 등장하는 리듬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사진보다 길게 남는 기억이 생깁니다.
울릉: 화산섬의 입체감, 느리게 머무는 트레킹 아일랜드
울릉은 도착 순간부터 ‘다른 세계’ 같은 밀도를 전합니다. 화산지형이 만든 급경사 절벽, 푸른 수심, 검은 현무암 해안선이 만들어 내는 대비가 강렬하고, 섬을 한 바퀴 두르는 해안도로와 산자락 트레일이 입체적인 동선을 구성합니다. 먼저 추천할 코스는 해안 일주 일부 구간 걷기입니다. 천부–현포 라인은 바위 벽과 바다 사이를 파고드는 길의 리듬이 좋아 초보자도 충분히 ‘울릉의 스케일’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내륙으로는 나리분지 트레킹이 필수입니다. 화산 분지의 평탄함과 사면 숲의 대비가 신기하고, 중간에 들르는 너와집(전통가옥)에서 잠시 쉬어 가면 섬의 생활감이 여행의 피부로 스며듭니다. 맑은 날엔 성인봉 방향으로 짧은 구간만이라도 고도를 올려 보세요. 해 무리와 구름 그림자가 바다 위를 이동하는 장면은 사진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깊이를 줍니다. 미식은 오징어와 약소, 따개비칼국수 같은 로컬 메뉴가 확실합니다. 오징어는 건조·회·숙성구이 등 조리법에 따라 맛의 표정이 다르고, 약소는 담백하면서 고소한 육향이 강하지 않아 섬 공기와 잘 맞습니다. 날씨 변수에 대비해 실내 관람과 카페 타임을 섞고, 파도가 높은 날엔 선착장 인근 산책으로 계획을 가볍게 조정하세요. 이동 관련 팁은 간단합니다. 섬 특성상 배편·항공편은 기상 영향이 크므로 ‘들어오는 날은 가볍게, 나가는 날은 여유 있게’가 정답입니다. 숙소는 뷰가 좋은 소형 호텔이나 한적한 게스트하우스를 권하며, 창밖에 깔리는 물빛과 바람소리를 듣는 시간이 울릉 여행의 절반을 결정합니다. 울릉의 핵심은 ‘느리게, 그러나 진하게’입니다. 코스를 줄이고 머무는 시간을 늘릴수록 섬은 더 깊은 표정을 보여 줍니다.
거제는 드라이브와 포인트 뷰, 통영은 섬 점프와 미식, 울릉은 입체 지형과 느린 체류가 핵심입니다. 체크리스트를 줄이고 ‘두세 곳에 오래 머무는 일정’으로 바다의 리듬에 맞춰 보세요. 이번 여행은 사진보다 긴 바람의 기억을 남길 차례입니다.